배혜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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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진 작가
  • 우연경
  • 승인 2021.04.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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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인전 「복사물들」
2020년 사이아트 「배혜진: Human candies」
'캐스팅'과 '복제' 기법을 활용한 작업으로 현대 사회 표현

 

「Human candies」전시회 모습.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Human candies」전시회 모습.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Q.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 예술가이자 미술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배혜진입니다. 최근 몇 년간은 ‘현대사회의 가벼움’을 주제로 원본과 본질이 가벼워지는 현상, 그리고 현대인의 가벼운 인간관계를 작업으로 다루어왔습니다. 

Q.2019년 개인전 <복사물들>을, 2020년 사이아트에서 <배혜진: Human candies>를 치르셨습니다. 전시회를 치르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개인전은 저의 고민과 표현이 담긴 작업들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값진 경험입니다. 저는 작업을 하나의 경험으로서 소통의 장을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저의 작업을 매개로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경청할 수 있었던 개인전 경험은 저에게 작업을 하는 의미와 방향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개인전을 거치며 전시 형태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9년 <Copies> 개인전에서 관객이 오브제들을 관람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Human candies>를 비롯한 최근 에서는 시각 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일부 작품은 관객이 참여하는 형태로 설계하여 직관적으로 가벼움과 달콤함이라는 메세지를 느끼도록 발전했습니다. 

Q.실리콘과 메탈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작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이번 작업물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21부산국제아트페어에서 선보인 <Human candies series>를 비롯한 최근 몇 년간 제 작업의 주요 표현 방법은 캐스팅입니다. 캐스팅은 특정 오브제의 형태가 지시하는 의미는 남기고, 그 물성을 변화시킴으로써 본질의 의미를 질문하기 적합했습니다. 또한 복제라는 개념은 이 시대의 속성, 그리고 이미지들의 존재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Copies>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왜곡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최근 작업에서는 현대인의 획일적 모습과 만연한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캐스팅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작품 제작과정의 대부분도 캐스팅을 위한 원형과 몰드를 만들고, 비율에 맞게 레진과 실리콘, 알지네이트 등의 재료를 혼합 및 조색하고 테스트를 거쳐 캐스팅 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다소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메탈로 만든 조형물은 사이즈와 형태 등을 디자인하고 메탈 공장에서 가공 후 도장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Q.<Human candies> 전시에서는 밝고 화사한 컬러감과 대조적으로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는 인체의 조형물의 조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업물의 색채감과 조형물에 담긴 의미를 들을 수 있을까요.

사탕이라는 기호 식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차용하여 인간 사회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매끄럽고 반짝이는 사탕의 표면, 화려하고 인공적인 색깔들은 아주 보임직하고 먹음직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찰나의 달콤함만을 남기고 이내 녹아 사라져 버립니다. 이러한 속성을 통해 물질 문명에 함몰된 인간 사회, 관계에서 오로지 단맛만을 추구하며 가볍게 소비되는 인간관계 등 현대인의 속성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를, 타자를, 삶의 고유한 사건들을, 시간을 단순히 소비합니다.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을 추구하고 부정성은 배제하고 긍정성만을 좇는 모습으로 획일화되어 가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Human candies>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납작함과 매끄러움, 인공적인 색과  가벼움이라는 조형적 특징으로 상징하고, 동시에 레진, 실리콘 등 미디움의 물성을 통해 현대인의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Q.조형미술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조형예술 작업이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저만의 시각언어로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내가 이해하는 세상을 보여주며 그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작가로써 존재감을 느낍니다. 저는 특히 조각 또는 조형 미술 작업을 소통의 장을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합니다. 세상이 평평한 이미지로 존재하고, Social media platform과 같은 간접적 창구를 통해 소통하는 시대에 조각(혹은 설치 작업)은 직접 보고 느끼는 직관적 체험과 하나의 경험으로서의 예술을 가능하게 합니다. 작품을 둘러싼 공간과 관객이 만나 함께 완성해가는 플랫폼을 연구하고 창작하는 작업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사실 저에게는 아직 작업을 하는 전 과정이 어려움의 연속입니다. 작은 아이디어를 설득력있게 발전시키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과정은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선택을 필요로 합니다. 동시에 무언가가 실현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어려움을 기꺼이 겪어내보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는 최근 대형 스케일의 작업의 경우 제작,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고 적절한 작업 매체와 방법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Human candies' 시리즈의 전시 모습.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Human candies' 시리즈의 전시 모습.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Q.개인적인 취미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취미가 작품세계에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는 점이 있을까요?

저는 작가인 동시에 미술교육자로서 제도권 안팍의 예술교육을 경험해오며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가진 학습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와는 다른 환경, 연령, 성별, 경험 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미술을 매개로 소통하면서 저의 세상 또한 조금씩 넓어짐을 느낍니다.

개인적인 취미로는 벤야민이 그러했듯 도시의 산책자가 되어 도시(주변)을 종종 관찰하는 것을 즐깁니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거나,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감각하는 등의 경험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날씨나 시간에 따라서 같은 장소라도 다른 느낌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자극이나 환기가 되기도 합니다. 

'Human candies'오브제가 전시된 모습.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Human candies'오브제가 전시된 모습.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Q.주로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으십니까?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서 문득 문득 영감을 얻습니다. 저의 관심사 또한 현대, 즉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풍경, 인간관계, 특정 사건,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범위는 다양합니다. 자꾸만 나의 시선을 붙잡는 작은 어떤 것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그 배경이 되는 사회의 구조적인 이야기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원래 그런 것,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등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도 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의 출처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작가로써 나만의 촉수를 가지고 세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자 노력합니다.

Q.앞으로 더 시도하고 싶은 작품의 기법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귀띔을. 

현대사회의 가벼움을 주제로 한 2018~20년 작업들에서 이러한 가벼움을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를 가상 환경으로 파악하고 이후 가상과 실제 세계 사이의 관계, 특히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변화하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상공간이라는 공간적 특징은 그것을 영위하는 인간의 행동양식과 사고에도 영향을 주므로, 이러한 속성을 상징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관객이 그 공간과, 그리고 서로와 마주치며 벌어지는 사건들과 미묘한 감정들을 포괄하는 설치 작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시물 'Sweet guards'.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전시물 'Sweet guards'. / 사진제공 = 배혜진 작가

judhaku11@gmail.net

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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